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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이 되지 못한 20대, 불안 위에서 서핑하기
    후기/책 2020. 1. 16. 09:52

    불안 위에서 서핑하기(하지현, 2018, 창비)

     

    아직 나는 '성인'보단 '학생'이라는 입장이 더 익숙하다. 나이만 먹었지 어른이 되지는 못한 것 같다. 나를 포함해 많은 20대가 가끔은 30대까지도 스스로를 온전한 '1인분'의 어른이라고 여기지 못하고 있다. 심리적으로 어른이 되는 나이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그 이유는 학교에서 취직 준비를 하며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돈을 모으기 어려운데다 독립에 드는 비용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과 더 오래 같이 살게 되면서 정신적인 독립과 가치관 형성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20살은 성인의 시작으로, 한 사람 분의 몫을 하게 되는 나이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사회는 안전해지고, 더 많은 보호와 교육을 받으며 자라고, 청년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나이는 점점 미뤄지고 있다. 직장을 갖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소득을 얻는것이 어른의 기준 중 하나였는데, 요즘의 20대에게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마흔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야 이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인구 분포와 사회적 지위를 고려하면 지금 사회의 주도권은 40~50대 남성이 갖고 있다. 그리고 20대가 부모 세대 보다 (상대적으로)잘 살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월급은 오르지 않는다. 취직은 늦어지고 은퇴는 빨라진다. 평생직장은 이미 사라졌고 평생직업도 없을 것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긴다고 밝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그 와중에 수명은 길어진다. 가족을 부양하는 전통적인 '어른'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이렇게 암울한 상황에서도 저자는 20대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 말한다. 젊을 때부터 열심히 일한 부모 세대의 노력 덕에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되었고, 우울과 불안에 고통받더라도 굶어 죽을 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다. 부모 집에 얹혀 살더라도 스스로의 마음을, 욕구를 돌아볼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치열한 자기계발이 아니라, 조급함을 버리고 불안을 마주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급함을 버리는 것도 운이 좋아 최소한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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